[비즈니스맨을 위한 중국견문록] 가깝고도 먼 산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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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04회 작성일 05-08-16 17:10본문
1·2·3차 산업 고루 분포, 발전 의욕 높아…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경쟁 심리 존재
올 들어 세 번째로 산둥반도에 들렀다. 주로 옌타이(烟臺)를 중심으로 한 웨이하이(威海) 등지였다. 첫 번째는 사과나 배 등 농업에 관한 취재 여행이었고, 두 번째는 발해가 공격했다는 등주(登州: 지금의 펑라이(蓬萊))를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행단을 인솔해 그곳을 찾았다.
필자가 처음 산둥을 들른 것은 2000년이었다. 따리엔 등지를 여행한 후 랴오둥반도에서 산둥반도로 이동하는 배를 탔다. 두 반도의 끝은 그다지 멀지 않아 쾌속선의 경우 3시간 정도면 닿고, 가끔씩 수영으로 이 반도의 끝을 건너는 이도 있다. 이 반도 끝 라인을 지나면 수도였던 베이징으로 가는 관문인 톈진(天津)이나 친황다오(秦皇島)가 나온다. 때문에 이곳은 군사적으로 아주 중요했다. 지금도 해군기지가 있는 랴오닝반도의 끝 뤼순(旅順)과 산둥반도 끝 섬무리 창다오(長島)는 공식적으로 외국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뤼순의 경우 안중근 의사가 옥사한 감옥이 있었던 곳이어서 안타까움이 있다.
창다오의 육지부분은 펑라이다. 펑라이 역시 중요한 해군기지다. 이곳을 지킨 명장 척계광(戚繼光)은 <기효신서>(紀效新書·1584)라는 군사서를 썼는데, 왜군에 맞선 이순신 장군이 가장 보고 싶어했으나 못 구했던 책이다. 발해가 신라의 거점으로 작용했던 산둥을 치기 위해 펑라이를 공격했던 것은 이런 역사적 근원을 두고 있다.
서설이 길었는데 어떻든 산둥은 동쪽 연안 지역 중에서는 비교적 발전이 더딘 지역이었다. 일단 베이징과 상하이 등 정치, 경제의 핵심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둥의 약점 가운데 하나는 성의 중심도시 지난(濟南)이 내륙 깊숙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은 바닷가 중심도시인 칭다오(靑島)에서 고속버스로 7시간, 옌타이 등지에서는 8시간쯤 걸리는 등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물론 베이징과 상하이 간 기차와 고속도로의 중간에 있기에 이런 문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인구가 9천만명이 넘는데다 생활 기반이 대부분 농업이라는 점도 약점 가운데 하나였다.
수출의 80%까지 한국 기업이 주도하기도
그런데 산둥반도는 지리적으로 한 가지 이점을 갖고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먼 반면,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가까운 거리라는 점이다. 산둥반도의 동쪽 끝인 청산터우(成山頭)는 과거 연평도에서 닭이 울면 들렸다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나라와 가까운 도시다.
이런 지리적 특징은 1992년 한·중 수교 이전부터 장점으로 작용했다. 90년에 한국과 가장 가까운 항구 중 하나인 웨이하이(威海)와 인천 간에는 정기노선이 첫 번째로 개설됐다. 이후 우리나라는 산둥반도 도시 발전의 심장과 같은 작용을 했다. 칭다오나 옌타이, 웨이하이 등 거점 도시들은 한국과의 교류를 서두른 탓에 급속히 발전할 수 있었다. 한국과 교류에 미숙했던 롱코우(龍口), 르자오(日照)나 지앙쑤성 롄윈강(連云港)의 발전이 더딘 것에 반해, 이들 도시는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이제는 그 비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의 경우 수출의 50~80%를 한국 기업이 주도할 만큼 이 지역 발전에서 한국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산둥 진출은 그 기세가 서서히 꺾이는 반면에 중국 자체 기업의 발전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걷고 있다. 한국 기업의 산둥 진출에 있어서 약점 가운데 하나는 섬유나 전자 등 기술보다는 단순임가공업을 중심으로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런 분야는 중국측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추월을 허락했고, 중국 자체의 진행속도가 우리의 속도보다 빨랐다.
그렇다고 상황 자체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산둥반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의 규모나 생산적인 능력은 아직 막강하다. 문제는 이제 산둥반도를 우리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중국 전체 산업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에서 역할 등으로 확장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산둥을 주목해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힘의 구체적 실체는 무엇일까. 우선 산둥반도는 중국에서 가장 큰 농업도시다. 쌀 등 주식은 헤이롱지앙, 지린, 랴오닝 동북 3성이 발전했지만 마늘, 파 등 채소나 과일 등의 경우 기온이나 토질의 영향으로 산둥반도가 탁월한 장점을 갖고 있다. 우리는 흔히 중국 과일 하면 맛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의 선입견에 지나지 않는다. 2002년 말 필자는 옌타이에서 매년 개최하는 과일박람회를 취재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 본 사과나 배 등 과일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초대형 대추나 복숭아 등 산둥반도산 과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중국 사과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는 옌타이 소속 치샤(栖霞)의 사과는 우리 사과맛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당시 취재 중에 치샤 사과 도매시장을 방문했는데, 상당수의 물량이 부사 등이었고, 이 제품들은 유럽이나 일본 등지로 수출될 뿐더러 맛도 아주 좋았다.
배는 옌타이에서 칭다오로 가는 길목인 라이양(萊陽) 등지가 유명하다. 라이양은 천년 배의 고장으로, 우리에게는 맞지 않지만 보관이 쉬운 특산 배가 아주 유명하다. 물론 물류가 좋지 않은 탓에 이 배가 발전했는데, 이제는 물류가 발전하면서 황금배나 신고 등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품종들을 재배하는 농가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배의 경우 우리나라 배맛에 자신감이 있는 이들은 중국 배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100% 틀렸다고 보는 게 맞다. 필자는 취재 중에 웨이하이에 있는 한국인 배 농가를 방문했다. 마침 수확철인 배나무를 봤는데, 과일의 외형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당도의 경우 한국 유명 배보다 오히려 높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다. 산둥반도는 땅의 대부분이 과일재배에 좋은 마사토다. 마사토의 경우 영양분이 없는데, 목축이나 비료의 발전으로 인해 과목의 성장 문제를 해결했다. 거기에 일조량이 한국에 비해 좋고, 태풍의 피해도 현저하게 낮으니 과일 재배에는 적지였고, 맛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도 마늘이나 고추 등의 생산 조건이 탁월하다. 중국 최대의 포도주 기업 가운데 창위(張裕)가 활동하는 포도주 생산 기반 역시 적지 않은 부가가치를 갖고 있다.
산둥반도의 힘 가운데는 관광자원도 있다. 우리는 흔히 칭다오나 타이산산(泰山),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를 생각하는데, 이 밖에도 산둥반도에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다. 산둥반도의 동쪽면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지 않아서 수질이 깨끗하고 백사장이 많아서 해양스포츠나 레저의 최적지 가운데 하나다. 또 칭다오, 하이양(海陽), 룽청(榮成), 웨이하이, 옌타이, 롱코우(龍口: 뚱하이(東海)나 난산(南山))로 이어지는 골프장 벨트는 만만치 않은 인프라를 갖고 있다. 칭다오에 기반을 둔 하이얼(海爾)이나 하이신(海信) 및 칭다오 맥주 등은 물론이고 롱코우에 있는 중국 최대 알류미늄 산업기지 난산(南山)그룹은 산둥반도의 가장 중요한 동력 가운데 하나다.
거기에 더 큰 힘이 있다면 산둥반도 도시들의 적극성이다. 중국 관련 소식을 듣다 보면 산둥반도 도시들이 한국에 가서 끊임없이 투자설명회를 열고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이런 일들을 도와준 적이 있는데 이들은 홍보의 개념을 잘 모르면서도 막연히 한국에 와서 투자설명회를 연다. 그리고 그런 흐름을 주도하는 지도자들이 젊은 30대라는 사실에 더 커다란 무서움이 있다.
한중 관계에도 큰 영향 미칠 듯
인천공항에서 서울쪽으로 들어오다 보면 거대한 입간판으로 만들어진 중국 개발구 광고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이 하는 광고투자를, 산둥성 웨이하이시도 아닌, 시 이하의 한 개발구가 한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무모할지도 모르는 이 광고는 이미 나름대로의 효과를 봤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투자유치 의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중국 고속도로 건설의 30%를 차지할 만큼 이 지역 교통 인프라의 확충도 눈에 띈다. 산둥성 도시를 이동하다 보면 예상 밖으로 훌륭한 도로 상태에 놀란다. 그들은 작은 도시의 도로들까지 포장할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
사실 산둥은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깝고, 사람들의 기질도 비슷하다. 중국에서 권위주의적 성향을 가진 남자들이 활개를 치는 곳은 산둥성과 조선족 교포들밖에 없다고들 한다. 그만큼 산둥인들은 우리와 닮았다. 비슷한 기질이기에 적지 않은 경쟁심리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중국행 비행기 표를 살펴보다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인천∼옌타이간 항공표다. 출발시간이 12시 45분인데, 도착시간도 12시 45분이다. 한국과 중국의 시간차가 한 시간인데 꼭 한 시간 만에 인천에서 옌타이에 닿는다. 칭다오는 10분쯤 더 가고, 웨이하이는 5분쯤 덜 걸린다. 산둥은 그만큼 우리와 가까운 곳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산둥은 베이징∼상하이 라인의 남북축과, 중국 중심부인 정저우(鄭州) 등과 서울을 잇는 동서축으로 구성된 다이아몬드 구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인 산둥의 힘이 어떻게 작용할지에 따라 한중 관계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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