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글] 후통의 꽃 스차하이 > 북경여행 게시판

잘 보존된 베이징의 옛 맛 가득... 황제에서 서민까지 공유된 공간

베이징의 작은 골목을 의미하는 후통(胡同)은 그 자체로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게 매음굴이던 빠다후통(八大胡同)이라 할지라도. 그 본 이름의 의미처럼 수정(후통은 몽고어인데 그 의미가 水晶이다)과 같이 존재들이다. 후통마다 특색이 많은데 베이징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후통을 꼽으라면 대부분 스차하이(什刹海)후통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거대한 화북평원에 끝자락에 자리한 베이징도 사방에 산이 거의 없는 평원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물의 순환이 거의 없는 평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베이징의 심장부에는 두개의 호수군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스차하이다. 이제는 중국 정치 수뇌부들의 거주지인 북, 중, 남해와 달리 작은 규모의 전(前), 중(中), 후(后)해를 통합해 스차하이로 불린다. 앞 대형호수들은 대부분 출입이 금지된 반면에 스차하이는 출입이 가능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다. 스차하이(什刹海 刹은 몽고어로 사찰을 의미)라는 지명은 이곳 호수 인근에 있는 열개의 사찰에서 유래했지만 지금은 후하이 북쪽에 있는 광화스(廣化寺)만이 그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스차하이 후통의 여행은 출발점들이 다양하다. 하지만 편의를 위해서 가장 접근이 편한 베이하이공원(北海公園) 북문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한다. 우선 베이하이 공원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20미터쯤 걸으면 4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대각선으로 보면 KFC가 있다. 이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길을 건너 다시 왼쪽으로 50미터쯤 오면, 호수가 있고, 왼편에 허화스창(荷花市場)이라는 패방이 있다.(=베이하이 공원 북문 맞은편 방향)

그 호수가 첸하이(前海)다. 허화 시장을 들어가자 마자 왼편에 고택을 활용한 스타벅스가 있다. 베이징 스타벅스 가운데 가장 전통을 잘 살린 점포로 보인다. 이곳을 따라 100미터쯤 첸하이를 끼고 아름다운 카페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지도를 봤을 때 오른쪽 하다 북해공원에서 방선산좡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배를 활용한 집은 물론이고,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곳, 후난성의 문화를 재현한 위에루산장(嶽麓山庄) 등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가 있다. 이 골목의 끝에 만한전석으로 유명한 방선산좡이 있다. 과거 베이하이 공원안에 있는 방선산좡은 영업을 위해 이곳에서도 기능을 한다. 방선산장의 앞에는 이곳의 이름에 맞는 연꽃(荷花)이 펼쳐져 있어 여름철에는 고아한 품위를 자랑한다.

이 길의 끝자락에서는 첸하이를 따라서 올라가거나 후통길을 헤쳐서 은정교(銀錠橋)로 갈 수 있다. 가능하면 후통길을 헤쳐서 가는 게 좋다. 그 길에는 현대 문인사상가이자 아첨의 달인으로 불리는 궈모뤄(郭沫若)의 옛집이 있다. 이곳은 고궁의 뒤쪽이어서 과거에는 어지간한 권세가 없으면 살기힘든 곳이었다. 대부분 중국 전통의 사합원 건물들이다. 이 집들은 대문만 봐도 그 집의 권세를 읽을 수 있다. 대문의 위쪽이 민무뉘인 것은 문무관 관료들이다. 이들은 장식을 하지 않아 자신의 청렴함을 보여줬다. 반면에 상인들은 양 옆에 목단을 하고, 가운데는 돈을 상징하는 동그란 구멍을 만들어 부귀를 꿈꿨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문 중간을 장식하는 데 쓰이는 돌출 기둥을 만들 수 없었다. 반면에 6~7급 관료들이 쓸 수 있는 2개를 시작으로 자금성의 12 기둥까지 관직을 상징해 왔다. 과거에 남녀가 사귈때 기둥수를 물어보고 사귀었다니 신분의 벽을 넘기란 항상 쉬운 일이 아님을 말해준다. 또 댓돌도 문관은 직사각형을 씀에 반해 무관은 윗부분이 원형이어서 대문만 보면 그 집안의 대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은정교는 첸하이와 후하이의 중간에 있는 상징적인 다리다. 가운데가 뾰족하게 솟아있어 은괴(銀塊)처럼 되어 있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이곳에서 후하이를 보면 멀리 시산(西山)이 보인다. 왕들은 나들이 삼아서 이곳으로 와 시산을 보곤 했다. 그래서 이름 붙여진 것인 ‘은정관산’(銀錠觀山)이다. 베이징 10경중에 하나로 꼽히는데, 가을철 낙엽지는 시간이 이곳에서 서산을 보면 저절로 호젓한 마음이 든다.

은정교를 중심으로 사방에는 다양한 후통 문화가 펼쳐져 있다. 오던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샤오스베이(小石碑), 따스베이(大石碑) 후통을 지나면 종루와 고루에 갈 수 있다. 종루와 고루는 각각 정오와 자정을 표시하는 소리를 내던 생활공간이다. 은정교를 건너서 조금 나아가면 다양한 카페 골목과 더불어 작은 먹거리 골목, 담배 골목 등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야얼(鴉兒) 후통을 따라가면 베이징 중심부의 사찰로서는 제법 규모가 큰 광화스(廣化寺)에 닿는다. 원나라 천순(天順) 28년(1328년)에 세워진 절로 지금은 베이징 불교의 중심지로 쓰이고 있는 곳이다. 조금 더 가면 중국 현대사에서 국모로 추앙받는 쑹칭링(宋慶齡)여사의 옛집이 있다.
중국 현대의 국모(國母)로 추앙받는 쑹칭링(1892.1.27~1981.5.29)여사는 혁명의 풍운아에서 국부가 된 쑨원(孫文)의 송가황조(宋家皇朝)로 불리는 세자매의 가운데다. 1925년 3월12일 쑨원이 베이징에서 국민당과 공산당 등 어디에도 정확한 마음을 두지 않고 죽자, 그녀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으로 쑨원을 해석하면서 쑨원을 대만과 중국 어디에서 속하지 않는 국부로 만들어낸다. 후하이가 내다 보이는 이 집에서 그녀는 생활했다.

그녀의 집을 나와서 후하이를 에들로 돌아가면 골목에는 수많은 사합원 건물들이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사합원이 공왕푸(恭王府)다. “구궁(자금성)이 9999칸(실제는 6천7백여칸)의 가장 큰 사합원이라면, 공왕푸는 999칸의 관리의 왕궁이다”는 평을 듣는 공왕푸는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큰 사합원이다. 60개에 이르는 청대 왕부(王府 황제 근친의 집) 가운데 가장 잘 보존된 건물이다. 이 거대한 집은 대전(大殿), 후전(後殿), 연루(延樓)로 나눠는데 연류는 동서 길이가 160미터로 40여칸에 이르는 초대형 건축물이다. 중국 4대 소설에 하나인 <홍루몽>의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인 이곳은 황가사람들과 귀족들의 연애장소로도 사용된 건물이다.
공왕푸를 보고 밤에는 첸하이(前海)와 후하이(後海)에 펼처진 각양각색의 음식점이나 바에서 여행자의 낭만을 즐겨볼 일이다.

글: 조창완 알자여행(www.aljatour.com) 대표. <알짜배기 세계여행 중국<중국도시기행><차이나소프트><알짜 여행 중국어><3인3색 중국기>등 저자

-주요 특색 음식점-술집
객가음식(客家菜 什刹海店 주소:西城區 什刹海 前海南沿 전화: 010-64042259 주요음식:鮑汁百靈菇, 密繰子鼈 등)  
쿵이지주루(孔乙己酒樓 什刹海店 주소: 西城區 德勝門内大街 什刹海 后海南岸 전화:  010-66184917/66184915 주요음식:茴香豆, 醉蝦, 搶蟹)
위에루산위(岳麓山屋 주소:西城區 什刹海 前海西沿 甲19호 10, 11실 전화:010-66177978 주요음식: 후남음식 기본의 술집. 영업시간: 10：00-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