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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짱철로를 가다③] 스러져가는 '장족'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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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73회 작성일 09-02-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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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피신하고, 아이들은 구걸하고
[칭짱철로를 가다③] 스러져가는 '장족'의 운명

'하늘철도'라고 불리는 칭짱철로 2기의 시작점인 칭하이성 꺼얼무역.























'하늘철도'라고 불리는 칭짱철로 2기의 시작점인 칭하이성 꺼얼무역. ⓒ 조창완

































ⓒ 오마이뉴스 고정미

꺼얼무에서 라싸로 향해야 하는 우리 일행은 8명. 동행한 타 언론사 간부들이 정부를 통해 기차표를 말해놨다고 하는데, 출발 전날 오전까지 통보된 표는 7장뿐이다. 그나마 5장은 다시 한나절이 걸리는 시닝으로 되돌아가서 타야하는 것이었다.

결국 기자는 배째라를 외치고, 내가 재주껏 라싸로 들어갈 테니 있는 표로 알아서 하라고 전했다. 누구는 '라싸행 기차표 구하기가 후진타오 만나기보다 어렵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중국여행 경력 7년이 다 되어가는 기자가 철도를 타겠다는 고집을 꺾고 버스에 의탁해 라싸에 들어갈 수 없다.

열차표 구하기는 역시 현장박치기!

 

저녁식사를 마치고 기차역을 향했다. 그때 한국에서 온 언론사의 여기자 하나도 동행했다. 저녁 8시가 돼도 해가 떨어지지 않는 기차역에 도착해 매표소로 간다. 그리고 용기있게 외쳐본다.


"라싸 표 있어요?"

"없어."


그럼 그렇지. 그런데 바로 아주머니의 말이 이어진다


"침대표는 있어."


이 아줌마가 정신이 있나. 내가 근 12시간을 앉아갈 체력으로 보였나. 하지만 의외의 말에 감탄이다. 역시 멀리서 이래저래 꽌시(연줄)를 대어서 찾는 것 보다는 역시 현장 박치기가 통한다.


"그래요. 내일 아침 7시 20분에 출발하는 K918 열찬데요."

"아, 있다니까 왜 그래."

"두장도 있어요?"

"그럼. 10장 남짓이나 있다."

"윽…."

혹시나 해서 다른 참가자들에게 전화를 해서 권한다. 시닝까지 한나절을 가서 다시 한나절을 걸려 꺼얼무까지 오는 열차 여정을 하루를 낭비하느니, 하루를 당기자고 제안한다. 거기다 길에 쏟아부을 경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냥 계획대로 가겠다고 한다.


결국 기자와 한국 측 참가자인 정 기자만 다음날 20일 아침 기차로 가기로 표를 산다. 다른 일행은 꼭 하루 늦게 라싸에 들어올 것이다.


중화주의로 무장한 한족 싸나이와의 동행

중국 서부에서의 아침 추억은 언제나 괴롭다. 8월에 동부인 베이징 등은 오전 5시 반이면 해가 뜨는데 서부는 오전 7시가 넘어야 여명이 돋고, 호텔의 조식도 자연히 오전 7시30분은 되어야 시작한다. 기차시간은 오전 7시 20분이다.

아침을 접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에 도착하자 라싸로 가는 이들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붐빈다. 조용히 들어보니, 한국인들은 없고 중장년의 일본 단체 여행객들은 더러 있다. 역시 무슨 볼거리가 생기면 그것을 가장 잘 이용하는 일본 여행객들 답다.

란저우에서 라싸까지 가는 K918 열차.























란저우에서 라싸까지 가는 K918 열차. ⓒ 조창완 

기차는 예정대로 꺼얼무역에 정시에 닿는다. 아직도 사람들에게 칭짱철로는 가장 큰 기념이다. 중간 주요 기착점이라 사람들이 차내에서 나와 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차에 들어가 지정된 자리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우리 일행의 자리는 13호차 9중(中), 하(下)다. 중국 기차는 고급 침대칸은 한 공간에 4명이 타서 상하밖에 없지만, 일반 침대칸은 한 자리에 상·중·하 세자리가 있다.

그런데 새로운 기차라 번호 위치가 헷갈려 실수로 10번 하(下)에 가방을 두었다. 50대 중반의 한 중국인 아저씨가 오더니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짐 옆에 앉는다. 자기 자리라는 것이다. 조금 있다가 생각해 번호를 헤아려 우리 자리를 찾았다. 중국 여행 경력 7년이 부끄러워진다. 거기에 아저씨에게 내심 미안하다. 얼마 후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였다.

"너희 어느 지방 사람이냐?"
"우리요? 한국 사람들입니다."
"그래. 그런데 중국말을 왜 그렇게 잘하나?"
"(뻘쭘하다) 아저씨는 어느 지방 사람인가요?"
"응, 스좌좡 사람인데, 지금은 광둥 포산 살아."
"예. 아저씨 여기 처음 오셨나요?"
"무슨 소리야. 나 여기서 군생활했어."
"와…. 몇 년전에요?"
"한 20년 됐지. 그 때는 고산에 적응하지 못해서 올라가지도 못했는데. 후후 이렇게 산소까지 공급하는 기차가."

8월에도 눈이 녹지않은 칭짱산맥의 전경.























8월에도 눈이 녹지않은 칭짱산맥의 전경. ⓒ 조창완 

그렇다. 이 기차는 4775m의 쿤룬산 입구나 5231m의 탕구라산 입구는 물론이고 고산을 지날 때 정기적으로 산소를 공급해 승객들에게 고산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 때문에 열차 상부는 물론이고, 각 자리에 산소공급 홈이 있다. 그러니 과거 이 곳에서 고산반응에 곤란을 겪었던 아저씨가 마음을 놓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이 아저씨는 정부가 선전한 대로 기차의 산소만 믿으면 고산반응은 죽어도 없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2년 안에 일본과 전쟁을 한다고?

55세의 장빙강 아저씨와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군사 이야기를 했다. 기자보다는 옆에 동행한 정 기자가 더 관심이 있다.

"와! 군인이셨어요? 그 때도 길이 이랬나요?"
"무슨 소리야. 그 때는 흙길도 아주 안 좋았어. 무지 힘들었지. 그 때 장족들은 정말 못살았지. 저기 저 빠오(몽골족이나 장족의 이동식 천막) 보이지? 저 검은 천막은 부모가 사는 집이야. 하얀 천막은 딸이 살지. 딸은 저기서 2명의 아이를 낳아야 시집을 갈 수 있어."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저 하얀 천막에 아무나 들어가 딸과 잘 수 있어. 그래서 딸이 아이를 임신해 두 명을 낳으면 집에 아이를 두고 시집을 갈 수 있다는 거지. 단. 들어갈 때 개를 무서워해야 하지. 그래도 고기덩어리 같은 거 하나면 유인할 수 있잖아."
"그래도 좀 심하네요. 저도 갈 수 있다는 말인데. 지금은 그런 전통이 많이 없어졌을 겁니다."
"그렇지 않을걸. 그래도 넌 못 가. 장족 여자들은 봄·가을밖에 목욕을 안해. 굉장히 역겨울 거야. 심지어는 화장실에 가서 응가를 하고 밑도 안 닦고 나와."
"그래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자. 서서히 아저씨의 성격이 나온다. 전형적인 중화주의로 무장된 한족이자, 충실한 군인 출신답다. 부인도 군인인데, 아직 전역을 하지 않아 포산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다.

"장족이 어떻게 양을 잡는지 모르지. 그들은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아. 손을 내장으로 집어넣어 동맥을 끓어. 그리고 장을 묶어놓으면 그 곳에 피가 모여, 고기에도 피가 없고 모은 피도 요리해서 먹을 수 있지."
"그들 나름대로 이 곳에서 자원을 활용해 가장 잘 살아가는 셈이네요."
"그렇지. 소나 양의 똥도 손으로 뭉쳐서 바닥에 내리치면 쫙 펴져. 이걸 말려서 땔감 등 연료로 써. 차나 음식물 그릇도 마른 똥으로 씻고 자기 옷으로 닦지. 넌 비위가 안 맞아서 못 먹을 거야."
"아뇨. 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마른 소똥은 깨끗할 겁니다."
"그래."

아저씨는 못 믿겠다는 듯 웃는다. 그밖에 아저씨와의 대화는 다양히 이어졌다. 중국에 항공모함이 없는 것은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것도 있지만, 외국에 대한 공격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빼지 않는다. 그럼에도 2008년까지 중국과 일본이 해상에서 전쟁을 한 번 할 것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다.

6개월 전쯤 칭다오에서 한 중국 해군 함장과 한번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 그도 같은 소리를 했었다. 2년 안에 중국과 일본의 전쟁이라니. 우연이라고 듣기에는 아저씨에게는 뭔가 견고한 믿음이 있는 듯 했다.

창지앙의 시작점에서 얼마 되지 않아 나오는 투오투오강의 모습.























창지앙의 시작점에서 얼마 되지 않아 나오는 투오투오강의 모습. ⓒ 조창완

영하 50도, 살얼음판을 달리는 철마

기차는 쿤룬산을 넘어 탕구라산을 향한다. 밖을 보니 어제 내린 비와 눈으로 세상이 맑다. 이 길은 해발 4500m 정도의 지역으로 비교적 평온하다. 이 길에는 펑훠산4958m, 탕구라산 입구 등도 있지만, 창지앙의 발원지인 투오투어허가 유유히 지난다.

이 물은 금방 통톈허로 바뀌어간다. 다양한 이견은 있지만 인근에서 황허나 난창지앙도 발원했으니 중국의 젖줄인 셈이다. 쿤룬산과 탕구라산 등이 다양한 중국 신화의 모태가 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여기서 나오는 물이 없었다면 대륙은 문명을 피우는 데 더 오랜 시간과 공력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기차는 역시 아름다운 고원호수인 추나후를 지난다. 며칠 후에 들를 하늘호수인 남초도 있지만 티벳의 호수는 정말 신성한 느낌을 준다.

기차길 옆으로는 다양한 민공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철로는 개통됐지만 사실 칭짱철로는 계속해서 살얼음판을 걷는다. 근 2000km에 달하는 한곳 한곳이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일단 시닝에서 꺼얼무 구간은 갑자기 늘어난 운행량으로 인해 염호 부근의 지반 침하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때문에 1984년에 완공된 철로의 전 구간이 보강작업과 재공사로 분주하다.

꺼얼무-라싸 구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영구 동토층은 물론이고, 일반 철로 구간도 겨울에는 영하 50도까지 떨어진다. 이 경우 레일의 이상 변동이나 갑작스런 파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량 구간도 많은데, 역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콘크리트 교각들은 내부를 콘크리트로 채우지 않고 공명을 두어 온도차를 적응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연구되어 시공됐다.

이 구간 철로의 건설 기간은 4년에 지나지 않는다. 2001년 2월 8일에 결정이 났고 2006년 7월 1일 정식 운행을 했으니 소요시간은 4년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모든 기술진이 불가능하다고 한 일을 4년만에 해냈으니 그 안에 허수가 없을 수 없다. 실제로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29일 칭짱철로 추나후 부근에서 설비 고장으로 식당칸이 탈선했다고 밝혔다.

칭짱철로는 올 겨울이 가장 큰 고비이다.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긴다면 현재 계획중인 상하이, 광저우 뿐만 아니라 중국 주요 거점도시에서 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붐빌 것이다.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중국 정부로서는 더 고된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시범 운행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겨울도 무사히 넘길 가능성이 높다.

장족 건물에서 디자인을 따온 라싸역 모습.























장족 건물에서 디자인을 따온 라싸역 모습.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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