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칭짱철로를 가다1] 외지인만 가득한 티베트의 중심 라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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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창완 댓글 0건 조회 2,054회 작성일 07-03-18 22:37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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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철도 여행가 폴 서로우는 그의 여행기 <중국기행>에서 "쿤룬산맥으로 인해 기차는 영원히 라싸에 가지 못할 것이다"고 썼다. 하지만, 칭짱철로의 시범 운행으로 1년 전에 그의 이야기는 오류가 됐고, 올 7월 1일부터는 많은 이들이 그 현장을 볼 수 있게 됐다.
기자는 8월 13일 칭하이성 성도인 시닝을 출발해 라싸에 이르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칭짱철로의 개통에 담긴 여러 의미를 살펴볼 예정이다. 라싸의 한이 서린 칭짱철로 8월 23일, 칭짱철로 개통 후 가장 큰 티베트 행사인 쩌방스(哲蚌寺) 짠푸(展佛)가 열렸다. 짠푸는 티베트에서 가장 큰 행사이자 티베트인들의 정신을 모으는 중요한 행사다. 이 행사를 시작으로 쉐툰지에(雪頓節)가 시작한다.
티베트는 원래 장족(藏族)의 땅이다. 기원전 7세기 중엽 이전까지 라싸는 황량한 초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토번족의 수령 송챈 감포가 깨끗한 지취허(吉曲河)에 도취해 이곳에 도읍을 세웠다. 그는 자기 부족의 중심지를 라싸로 옮기고, 산꼭대기에 궁을 지었다. 기원전 641년에는 송챈 감포가 시장 지역을 통일했는데, 당나라에서는 그의 위세에 두려움을 느끼고 문성공주를 그와 결혼시켰다. 중국에서 가장 극적인 삶을 산 것으로 알려진 문성공주는 오행상극(五行相克) 원리를 근거로 큰 절(죠칸)을 지었다. 원래 그녀는 공주가 아니었지만 화번공주의 신분으로 티베트에 갔고, 그곳에서는 성녀로 추앙받을 만큼 위대한 인물이 됐다. 그 후 이곳은 시장의 정치, 종교 활동의 중심이 되었고 중대한 불교 활동도 많이 열렸다.
그런 상황에서 티베트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중국의 공산화였다. 우회하던 장정군은 티베트를 경유하면서 정치적 유대도 맺었다. 공산화와 함께 정치와 군사에서 현대화에 실패한 티베트는 중국의 영토로 편입됐다. 1965년 중국에서는 천이가 티베트를 방문해 달라이 라마와 회견을 가졌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후 티베트는 중국의 티베트 점령과 달라이 라마의 망명 등의 고통을 겪으며 독립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티베트의 독립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7월 1일, 미국이나 스위스 등 고산철도 기술자들도 손을 내저었던 칭짱철로가 개통됨으로써 중국의 티베트 지배력이 더 강화됐다. 이들 중 티베트인은 얼마나 될까 3650미터의 고산지형인데다 비가 내려 쩌방스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결국 우산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뒤에 남았지만 그래도 쩌방스로 가는 길 곳곳은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이윽고 행사장에 괘불이 도착하고 라마들이 행사를 준비한다. 행사장의 정면에는 석가모니의 불상이 놓여있고, 앞에는 티베트 불교의 활불(活佛,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는 최고의 라마) 두 분이 앉아있다. 뒤에도 역시 라마들이 앉아서 행사를 준비한다. 수많은 참배객이 자신이 가져온 하다(哈達, 라마교에서 순수와 행운을 기원하는 백색의 천)를 걸어 괘불 위에 건다.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그들만의 의식이다. 행사가 시작되니 비가 멎고 하늘에 밝은 빛이 돌기 시작했다. 서서히 괘불이 올라와 산을 덮었다. 가장 중요한 부처의 얼굴은 경전이 쓰인 노란 천으로 가려져 있다. 활불들의 독경과 함께 부천의 얼굴이 나타난다. 많은 이들이 괘불을 향해 하다를 던진다.
사실, 쩌방스 짠푸는 단순한 불교행사라기보다 티베트인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행사다. 그러나 이제 라싸로만 본다면 티베트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신성한 땅'은 사라지는가
또 그들은 여전히 봄, 가을에 한 번씩 밖에 목욕하지 않을 정도로 원시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문명이 불편하다고 항의하는 듯 자신의 길을 막는 이들에게 스스럼없이 침을 뱉는 것도 그들의 모습이다. 밀려난 티베트 인들 대신 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외지인들이다. 물론 티베트에 닿는 숭고한 순례자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또 티베트 인들의 달라이 라마에 대한 애정도 여전하다. 죠칸사원(따자오스)의 강학터에 있는 달라이 라마의 의자는 천으로 덮여 있지만, 아래에는 생화들이 모셔져 있어 이들의 달라이 라마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게 한다. 죠칸사원이 그들과 중국의 인연을 튼 문성공주가 가져온 석가모니 상을 모시기 위해 세워진 사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사를 아는 티베트 인들은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이제 불과 1개월하고 23일이 흘렀는데 라싸는 이미 무너져 가고 있다. 여전히 수많은 라마교인들이 오체투지로 라싸를 향하고 있고, 그 길에서 숨을 거두지만 그들은 자신의 종착점인 라싸가 어떤 모습인지 과연 알고 있을까.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더 이상 라싸를 '신성한 땅'(神聖之地)으로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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