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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기행4] 쉬커의 <청사> 배경이 된 항저우 뇌봉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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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창완 댓글 0건 조회 3,649회 작성일 07-03-1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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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 짙은 시후에 담긴 사랑의 전설
[중국영화기행4] 쉬커의 <청사> 배경이 된 항저우 뇌봉탑
btn_send.gifbtn_print.gif텍스트만보기btn_blog.gif  btn_memo_send.gif 조창완(chogac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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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저우 시후에서 바라본 고산 방향의 아침 풍경
ⓒ2005 조창완
3월에 접어든 항저우를 향한다는 것, 그것 자체로 행복이다. 강남의 파릇한 들 위로 노랗게 피어나는 유채꽃의 향기는 밀폐된 창을 뚫고 객의 후각을 자극한다. 누에를 치기 위해 분주히 뽕을 따는 길가 아낙들의 모습은 정겹기 그지 없다.

강남의 중심인 항저우 시후(西湖)의 봄도 마찬가지다. 일찍이 백거이(白居易 樂天 772~846)가 읊조렸듯이 제방에는 꾀꼬리 우짖고, 제비들은 새 집을 짓기 위해 진흙 밭을 뒤척인다. 그 위로 여행자들은 분주히 자신의 낭만을 찾아서 시후를 헤맨다.

시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구산(孤山)의 동쪽 끝에 있는 핑후추위에(平湖秋月)에서 바이티(白堤)를 지나 두안치아오(斷橋)에 이르는 길이다. 이 길의 전설과 역사를 아는 이들은 이 길을 걸으면서 과거와 자신을 점철시킨 상회(傷懷)에 빠진다. 수많은 사랑과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바이티의 원래 이름은 백사제(白沙堤)다. 그런데 백거이가 이곳을 워낙에 사랑해 그의 시 <전당호춘행(錢塘湖春行)>에 "버드나무 그늘이 백사제에 뻗어 있네(綠楊蔭里白沙堤)"라는 싯귀를 넣었고, 이후에는 그의 이름을 따 바이티(白堤)로 부르게 됐다.

지금도 연인들은 바이티의 벤치에서 회색빛 시후의 낭만과 반대편으로 늘어나는 화려한 불빛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인다. 연인들에게 이곳이 더욱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은 중국 전설이 이곳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냥 둘리 없다. 홍콩 뉴웨이브의 중심주자였던 쉬커(徐克)는 <영웅본색> 같은 홍콩판 느와르의 대척점에서 고전을 영화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이 바로 <천녀유혼>이나 <청사>같은 영화다. <청사>는 바로 두안치아오를 배경으로 하는 '백사전'(白蛇傳)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선악의 경계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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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드나무 우거진 바이티의 모습. 사진은 바이티 표지
ⓒ2005 조창완
쓰촨성 어메이산의 천년 묵은 백사 백소정(왕주셴(王祖賢) 분)과 5백년 된 청사 소청(장만위(張曼玉) 분)은 봄을 맞아 창지앙을 따라 강남 여행을 나온다. 그들이 선택한 곳은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항저우(杭州)와 쑤저우(蘇州)가 있다”는 말을 낳은 곳 중 하나인 항저우.

시후 동쪽 단교에서 거닐던 그들은 비를 맞은 선비 허선을 만나는데, 한눈에 반한 소정은 그에게 종이 우산을 빌려준다. 그리고 인연이란 쉽사리 끊어질 수 없는 것이어서, 그들은 다시 만나서 사랑을 나눈다. 허생(위싱궈(吳興國) 분) 역시 선비의 본분을 뒤로 하고 소정과의 사랑에 충실한다. 인간과 요괴의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지만, <청사>에서는 '권선징악'이라는 도덕률과 요괴의 멸망으로 끝나는 우리네 전설과 사뭇 다르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초반기 쉬커 감독의 카메라는 굳이 유가의 도덕률이나 구미호나 천년 묵은 구렁이 같은 이야기보다는 감정에 솔직한 사랑을 그려낸다. 분홍색과 청색 등 다양한 색을 사용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화면에 색정적인 요소를 많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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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후 중심의 산탄인 위에에 앉아 있는 가마우지
ⓒ2005 조창완
전설 속에 그들이 놀았을 법한 항저우는 사실 맑은 모습보다는 흐리고, 침울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런 날씨에는 시의 중심에 자리한 호수 시후의 영향이 크다.

둘레 15km에 면적 5.6㎦의 시후는 사실 그다지 큰 호수는 아니다. 거대한 타이후(太湖)나 칭하우후(靑海湖)에 비하면 굉장히 작지만 이 호수가 사람들에게 남다르게 다가가는 것은 이 호수에 얽혀 있는 수많은 고사와 역사적 인물들과의 추억 때문이다.

시후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제방은 백거이의 시에서 이름 붙여진 '바이티(白堤)'와 송대 시인 소동파가 쌓아서 이름을 얻은 '쑤티(蘇堤)'다. 바이티는 중국 근대 혁명가인 추진(秋瑾)의 묘를 비롯해, 항저우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점인 로우와이로우(樓外樓), 10경 중 하나인 평호추월(平湖秋月)과 이웃하고 있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백소정과 허선이 만났던 두안치아오(斷橋)가 있다. 여름이면 이들의 사랑 이야기와 바이티로 나눠진 작은 호수 베이리후(北里湖)의 연꽃이 고귀한 모습으로 피어나 더욱 애상을 젖게 한다.

백소정과 허선은 결혼해 창지앙의 주요 거점 도시인 전지앙(鎭江)에서 장사를 시작하고 속세에서의 영화를 누린다. 이는 소정에게 전염병들을 치료하는 뱀들만의 비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인간과 뱀의 사랑에 걸릴 것이 하나 둘이랴. 전설에서 소정이 허선에게 바치는 사랑은 절대적이다. 그들의 첫번째 장벽은 허선의 호기심에서 생겨난다.

뱀은 단오날 황주(黃酒)를 먹으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허선은 장난으로 소정에게 황주를 권한다. 결국 소정은 뱀의 모습을 드러내고, 이에 허선은 놀라서 죽는다. 소정은 허선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으로 목숨을 구하는 약을 얻기 위해 곤룬산까지 찾아간다. 그리고 곤룬산의 신선을 감동 시켜 그 약을 얻어내 허선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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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인스의 장엄한 불상군.
ⓒ2005 조창완
하지만 그들의 사랑에는 아직도 장애가 남아 있다. 허선은 소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항저우 금산사에 불공을 드리러 간다. 이곳에서 허선은 법해(法海 짜오원쭈오(趙文卓) 분) 스님을 만나는데, 법해는 그에게 요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집에 돌아가는 것을 막은 채 출가 시키려 한다. 이에 소정은 허선을 만나기 위해 금산사로 찾아가고 결국 법해와 대결을 벌여 이긴다. 하지만 소정이 임신한 약점을 잡아 법해는 소정을 잡아 서호 남쪽 뇌봉탑(雷峯塔)에 가둬 버린다.

전설과는 달리 뇌봉탑이 세워진 것은 북송(北宋) 태평흥국(太平興國) 2년(977년)이다. 뇌봉탑은 오월왕(吳越王) 전숙(錢淑)이 사리를 봉안하는 탑이었다. 하지만 뇌봉탑은 두번의 파괴 역사를 거치면서 다양한 전설들을 지니게 되었다. 전설 아닌 전설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1924년 뇌봉탑이 무너진 사건이다. 뇌봉탑에 금 벽돌이 있다는 전설에 끌린 항저우 사람들은 모두 그곳을 찾아가 금 벽돌 찾기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그 벽돌에는 금 대신 금보다 귀한 불경 말씀이 적혀 있었다.

이 때 중국의 근대 지성 루쉰은 '뇌봉탑의 붕괴를 논하며'라는 글을 발표했다.

"몇몇 정신 나간 사람들을 제외하고, 흰 뱀 아가씨를 탓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또한 법해(法海)가 괜한 짓을 벌인 것임을 탓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금산사를 물바다로 만든 것은 확실히 법해의 책임이 분명하다. 그가 기어코 시시비비를 가리려 했던 것은 아마도 질투심을 품은 때문이 아닌가! 그가 탑을 세울 당시 결국 이렇게 무너져 내릴 것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루쉰은 당시 일어난 논쟁의 중간에서 선입견으로 판단하기보다는 행위로 사태를 파악하자고자 했다. 즉 인간과 뱀의 경계를 나누기보다는 누가 인간을 위해서 선행을 베풀었는가를 물었던 것이다.

혼돈스러운 선과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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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정이 갇혔다는 전설이 있는 뇌봉탑의 신축 모습
ⓒ2005 조창완
그런데 영화의 주인공은 백사 소정이 아닌 청사 소청이다. 바로 뇌봉탑에 갇힌 소정을 구하기 위해 소청이 처절한 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과거 전설이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역할 변경이다. 감정에 사로잡혀 본분을 잃어 버린 소정 대신 소청은 그를 구하기 위해 싸움에 나선다.

법해는 뇌봉탑에 소정을 가두고 “西湖水乾,江湖不起,雷峰塔倒,白蛇出世”(서호의 물은 마르고, 강과 호수가 일어나지 않을진데, 뇌봉탑이 넘어져야만 백사는 세상에 드러나리라)라고 외쳤다. 하지만 영화에서 소청은 혼신을 다해 이 탑을 가르고, 허선과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소정을 구해 낸다.

사실 이 백사전 전설에서는 백사가 악역으로 등장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점차 <청사>의 이야기 구조는 변모되었고 결국에는 루쉰의 지적처럼 수단을 위해 선량하게 변한 대상에게까지 폭압을 부리는 법해와 구악으로 인식된 백사 중에 누가 진정 악한가를 묻는 것으로 변모한다.

쉬커 역시 루쉰의 질문과 유사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쉬커는 천신만고 끝에 가까스로 아기를 출산하고 목숨을 잃는 백사와 수단에만 눈이 먼 인간보다는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뱀들에게 더 깊은 애정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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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의 고향인 롱징의 차밭과 주변 풍경
ⓒ2005 조창완
하지만 시간과 인간의 욕망은 다시 법해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항저우시는 1924년 무너진 뇌봉탑의 자리에 휘황찬란한 새로운 뇌봉탑을 세워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라진 10경 가운데 하나인 뇌봉석조(雷峰夕照, 뇌봉탑이 저녁달에 비추어 호수에 보이는 경관)를 다시 만들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세워진 것은 백사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내려온 전설이 아니라 무언가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려는 인간의 욕망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항저우의 밤은 여전히 휘황찬란하다. 안개가 낀 밤 거리에는 차에서 나온 미녀들이 수심 많은 나그네들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심지어는 택시 기사들까지 여행자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손님들을 술집으로 안내하기 바쁘다. 봄이 되면 녹음방초가 우거지고, 꽃들이 만발하면 그런 향취는 더욱 도시를 휘감싼다. 하지만 항저우는 그런 유흥의 뒷자리에 언제나 차고 음습한 기운이 있는 도시다. 이 때문에 시후 가 롱징(龍井)은 차의 나라 중국에서도 가장 빼어난 명차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차 나무는 본디 햇볕 쨍쨍한 곳보다는 사시사철 얇은 운무가 있는 곳에서 최고 품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여행 가이드: 3, 4월이 여행 절정

항저우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3, 4월이다. 호수 주변에 백화가 만발하고 기온도 가장 적합하다. 여름에는 35도 이상의 기온과 습도가 높아서 절대 권하지 않는다. 가을도 다양한 모습을 볼수 있는 편안한 여행지다. 겨울도 남방이라 강추위는 없어서 여행할 만하다.

우리 나라와 항저우간에는 직항이 있다. 또 상하이 푸동공항에서 항저우로 직접 연결되는 버스가 있다. 항저우 여행은 시후 10경과 신 10경, 링인스(靈隱寺), 류허타(六和塔)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시후는 유람선으로 돌아보는 코스가 있다. 또 해뜨기 직전에 항저우의 명물인 용정차를 살 수 있는 코스도 있는데, 여행단의 경우 바가지가 심하다.

차관으로도 유명한 허팡지에(河坊街) 타이지차다오(太極茶道)나 난산루(南山路) 니워차바(你我茶吧)나 류공위앤(六公園) 칭덩꺼차팡(靑藤閣茶坊)는 차를 감상하고 고급의 차를 살 수 있는 곳이다. 배낭 여행자들은 황롱티위중신(黃龍體育中心)에 있는 여행자센터를 이용하면 여행을 쉽게 할 수 있다. / 조창완 기자
그리고 그 차들은 다시 항저우의 호숫가나 고아한 차관(茶館)에서 다시 향을 낸다. 항저우에는 5000~7000여곳에 이르는 차관이 있다. 이곳에는 몇 위안에서 몇 천위안에 달하는 차들이 갖가지 형태로 손님을 맞는다. 1936년에 3공원에서 시작되어 몇 차례 이사를 거쳐 위앤화광창(元華廣場) 2층에 자리한 칭텅차관(靑藤茶館)도 그런 명소 가운데 하나다. 이곳의 차관은 차를 끊이기 가장 좋은 롱징(龍井)의 후파오수이(虎跑水)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어느 지역에서 만날 수 없는 항저우만의 맛을 지니고 있다.

쉬커가 영화를 통해서 표현한 것은 우리가 가진 몽환의 세계였다. 때문에 무리할 정도로 많은 색과 음악이 범벅되어 있다. 하지만 봄날 버드나무 늘어지고, 꽃향기 가득한 바이티의 뚝 위에서 시후의 내음을 음미하다 보면 세상사가 호수를 어지럽게 달리는 달처럼 부질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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