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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통이야기 3 - 사합원 : 중국을 들여다 보는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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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현숙 댓글 0건 조회 1,321회 작성일 0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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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유일한 티벳 라마교 사원인 용허궁(雍和宮) 맞은편의 꿔쯔젠(國子監)은 전통적인 관광 후퉁 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서부터 시청취(西城區)까지 이어지는 거리에는 쓰허위안(四合院)들이 많이 있다. 고관대작들이 살았던 대규모 쓰허위안에서부터 서민들의 소형 쓰허위안까지, 이곳은 가히 쓰허위안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꿔쯔젠 거리를 따라 시청취의 구러우(鼓樓)와 스샤하이(什刹海) 연결되는 그 고즈넉한 쓰허위안 후퉁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왕푸징과 시단, 중관촌등으로 대변되는 첨단도시 베이징의 모습은 쉽사리 연상되지가 않는다. 마치 진하게 우러난 전통차 향을 맡으며 한가롭게 정원을 산책하는 느낌이다.

쓰허위안은 위안(元)이 베이징에 따두(大都)를 설립하고 후퉁을 만든 이후 명청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베이징의 전통적인 주택양식이다. 쓰허위안이라는 명칭은 동서남북이 입구자 모양으로 봉쇄되어 그 사방에 각기 다른 독채들이 있고 가운데는 정원이 있다하여 그렇게 불려졌다고 한다.

쓰허위안의 구조는 중국의 전통적인 봉건사회 가족제도 및 계급 계층구조를 그대로 반영해주는 건축양식이기도 하다. 즉 상하간의 위계와 남녀의 구별 등이 심했던 중국 봉건사회에서 이 건축구조는 이러한 위계질서를 상징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인 및 직계 가족들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사방으로 봉쇄되어 있으면서도 동서남북으로 연결되어 있는 각 방의 통로와 구조들은 이러한 위계질서를 명확히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매우 효율적이다. 쓰허위안의 규모 역시 신분과 관직에 따라서 대, 중, 소로 나눠지기 때문에 그 크기만을 보고도 주인의 신분과 관직을 짐작할수 있다.

중국의 한 작가는 쓰허위안을 가르켜 “하나의 상자”라고 비유했다. 그 상자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바로 전통사회의 중국을 엿볼수 있다는 것이다. 엄격한 신분과 종법제도뿐만 아니라 그 안에는 중국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집의 구조인 ‘독채’(獨門獨院) 관념이 녹아 있다고 말한다. 즉 쓰허위안의 구조는 하나의 대문을 공유하면서도 그 안으로 들어가면 각각의 독립된 방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것은 중국인들의 독특하고도 은밀한 공동체 정신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폐쇄된 개인주의를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쓰허위안 앞의 훼나무들이 우수수 바람을 맞고 있는 날이나 정원안에 심어진 석류나무의 석류들이 알알이 영글어갈 때 베이징 후퉁거리의 쓰허위안 안을 걸어보라. 동서남북으로 네모나게 각이진 지붕들위로 풀어놓은‘상자’같은 하늘이 보일 것이다. 그 하늘과 지붕을 이어주는 쓰허위안이 바로 바로 중국을 들여다보는 작은 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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