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흥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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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남팀 댓글 0건 조회 1,384회 작성일 04-11-02 16:19본문
중국에 살면서 가장 불편하고 두려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나쁜 공기, 가짜 물건, 치안문제 보다 나는 ‘칸지아’라고 불리는 중국인들과의 흥정, 협상이 제일 무섭다. 여기서 사업을 하지도 않는 내가 무슨 협상할 일이 있냐고?(현재 나는 가족과 함께 1년 체류 계획으로 중국 북경에 머물고 있다.)
나처럼 재래시장부터 시작해서 버스타고, 인력거 타며 살아야 하는 외국인들은 중국인들과의 흥정과 협상으로 하루를 다 보낸다. 처음 한두달은 백전백패였기 때문에 솔직히 밖에 나가기가 두려웠다. ‘정찰제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희한한 소망까지 갖고 있었다.
몇 달을 지낸 지금은 사정이 좀 나아졌다. 나름대로 연구(?)한 끝에, 협상술도 익히게 됐고, 나만의 비법(?)도 생겼다. 그래서 어떤때는 혼자 갈고 닦은 실력을 검증해보고 싶어, 일부러 큰 시장가서 흥정을 해보기도 한다.
중국은 아직까지 정찰제가 정착되지 않은 나라다. 그래서 사는 사람도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상인이 먼저 얼마를 부른뒤 내가 얼마를 불러야 한다. 그리고 함께 가격을 맞춰나가는 것이다. 말이 어눌하면 중국인들은 바로 계산기를 준다. “당신이 원하는 가격을 눌러봐” 라면서.
게다가 ‘중국인 피에 돈이 흐른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이들은 타고난 장사꾼들이다. 내가 접해본 모든 중국인들이 그랬다. 사회주의체제 50여년동안 잠깐 쉬기는 했지만, 상업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였다.
그래서 그런지 옆에서 보자면, 이들은 ‘칸지아’를 즐기는 것 처럼 보인다. 상인과 구매자간에 소통없이, 정해진 가격에 돈만 내는 문화를 재미 없어 한다. 무조건 흥정을 해서 물건을 사야 흐뭇해 하는 것이다.
어느날은 중국어를 가르쳐 주는 ‘푸다오’(개인교습) 중국인 여대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가격 깎는 연습도 그 친구와 같이 해보고, 노하우도 전수받았다. 동네 시장가면 ‘이빤’(절반)깎고, 큰 시장 특히 외국인이 많은 시장 가면 ‘3분의2’를 깎아야 한다고 했다. 60원을 부르면 무조건 20원을 내가 제시하고, 가격을 맞출때는 1원씩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전에 나는 20원을 제시해서 안 받으면 25원으로 껑충 높였다. 통도 크게 말이다.
그리고나서 백화점,시장 등을 다니면서 중국인 한명을 찜해 졸졸 따라다니며 그 사람이 어떻게 물건을 사는지 스토킹짓도 했다.
가장 먼저 나의 ‘칸지아’를 시험해본 곳은 서울의 인사동 같은 리우리창에서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붓을 사고 싶어하셨다. 가게주인이 한자루에 80원(12000원)정도를 불렀다. 속으로 기가 차 하면서 “5자루 살건데 얼마에 줄래?”하고 물었다. 중국 상인들은 살 의향을 확실히 보이면 마구 덤벼든다. 갑자기 계산기를 막 두들기더니 240원에 주겠단다. 나는 배운대로 “타이 꾸웨이”(너무 비싸다)란 말을 내뱉고, 가게를 나가려고 했다. 중국 가게에서는 꼭 이렇게 손님이 가게를 나갔다 들어왔다를 두세번 반복하고 물건을 산다. 일종의 ‘헐리우드 액션’인 셈이다.
나갈려고 하면 상인이 “펑요(친구야)~”하고 애타게 부른다. 때로는 길가에까지 나와 끌고 가기도 한다. 이때 완전히 가버리면 뒤에서 욕한다.
나는 다시 가게를 들어가 칸지아에 돌입했다. 내가 부른 액수는 120원. 상인은 절대 안된다고, 이 붓털이 얼마나 좋은건지 아느냐면서 160원을 불렀다. 이 대목에서 더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데, 동행한 한국분이 그만 됐다고 그냥 사자고 나를 제어했다. 그래서 결국 5자루를 150원에 샀다.(푸다오 하는 여대생이 내 결과를 듣고 ‘하이싱’이라고 했다. 하이싱은 그럭저럭..뭐 그리 잘 산 것 같지 않다는 표현일게다)
다음은 인력거 흥정. 중국은 아파트 앞마다 오토바이 또는 자전거 뒤에 마차처럼 사람을 태워서 짧은 거리를 이동한다. 한국인들은 그 인력거의 기본요금이 무조건 3원인줄 안다. 좀 멀면 5원. 그러던 어느날 중국인들은 가까운 거리 갈때는 흥정을 해서 2원에도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이런~!
게다가 잔돈이 없어 10원짜리 지폐를 내면, 꼭 거스름돈을 6원만 주는 것이다. 잘 모르는 한국인들은 거스름돈을 잘 세보지 않거나 아니면 아예 요금이 4원인 줄 안다.
나도 한번은 10원을 냈더니 6원만 주었다. 그래서 “이게 뭐냐, 매일 왔다갔다 하는데”하면서 중국 아줌마처럼 소리를 쳤다. 인력거 운전사가 움찔하며 2원을 더 주는 거다. 결국 나도 소리 한번 지르고, 2원에 온 셈이었다.
이렇게 매일 부대끼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든 것일까. 이제 백화점에 가면 너무 재미가 없어서 물건을 사기 싫어진다. 슬슬 중국 상인과 전투를 치르러 나가봐야겠다.
퍼온글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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