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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기행 6] 첸카이거 <형가자진왕>과 시안 헝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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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창완 댓글 0건 조회 5,634회 작성일 07-03-1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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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은 진시황을 죽일 수 없었다
[중국영화기행 6] 첸카이거 <형가자진왕>과 시안 헝디엔
btn_send.gifbtn_print.gif텍스트만보기btn_blog.gif  btn_memo_send.gif 조창완(chogac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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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형가자진왕의 메인 포스터
ⓒ2005 조창완
중국인들을 말할 때 전제로 둘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협(俠)의 정신이다. 중국 전문가 강효백 교수는 '협객의 나라' 등 저술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숨어있는 협의 정신을 갈파했다. 은혜를 알고 은혜에 보답하며, 자기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마음이 협의 정신인데, 이 협의 이데올로기가 중국 사회를 관통하는 최고의 행동원리라는 것이다.

그런 인물로 가장 주목받은 이가 형가(荊軻)다. 형가는 진시황을 살해하려 한 대표적인 자객 중 하나다. <황토지>(1984), <현 위의 인생>(1991), <패왕별희>(1992)를 통해 세계에 각인된 첸 카이거는 1998년 프랑스와 일본의 자본을 들여와 형가의 이야기를 다룬 '형가자진왕'(荊軻刺秦王)을 만들었다.

우리들은 진시황을 폭군의 대명사로 인식한다. 분서갱유나 재상 이사를 통한 법가 정치 등. 하지만 중국인들 대부분의 인식은 진시황에 대해서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군주이자, 법이나 수레의 폭, 도량형 등을 정리한 공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봉한 장이머우의 '영웅'에서 진시황을 죽이려는 무명(無名 리렌지에 분)이 있는데, 무명 역시 진시황의 통일 가치에 빠져서 결말이 좋지 못하다.

첸 카이거는 진시황을 죽이려는 형가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역시 이런 관점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때문에 엉뚱하게 형가를 고용해 진시황을 죽이려는 연나라 태자 단이 괴팍한 인물이 됐다. 진시황은 오히려 노애 등 궁중에서 그를 위협하는 수많은 틈바구니 속에서 이겨야 하는 운명이자, 천하의 평화를 위해 6국을 통일하는 운명을 타고난 영웅처럼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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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왕 병마용의 발굴 모습
ⓒ2005 조창완
통일 논리에 모든 것 매몰

영화의 배경은 진시황이 권좌를 잡아가는 시기다. 서주(西周)시대 봉건제도가 해체되고 중앙집권체제가 형성되어 가던 과도기다. 진(秦)·초(楚)·연(燕)·제(齊)·한(韓)·위(魏)·조(趙) 등 전국 칠웅이 각기 자리를 잡고, 합종과 연횡을 통해 땅 따먹기를 하며 200년이 지난다.

7국의 존재는 결국 끊임없는 전쟁으로 이어지고, 국가 간에는 왕자들이 볼모로 잡혀 자신의 명운을 예측하기에 불가능하다. 이중 조나라에서 돌아간 영정이 왕위에 오른 진나라가 돋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장양왕을 통해 자신의 씨앗인 영정(훗날 진시황-야사로 전하는 이야기)을 황제로 만든 여불위는 진나라의 기반을 다지면서 통일 국가의 운이 시작된다.

영화의 처음 테마는'진왕'이다. 황제에 올랐지만 모든 정책에서 재상 여불위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시 노애와 사랑에 빠져 자신을 위협하는 어머니 황태후까지 진왕이 황제직을 수행하기란 모든 면에서 쉽지가 않다.

그런 그에게 휴식이 있다면 볼모로 조나라에 있던 시기에 사귄 조희(궁리 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변덕쟁이 같은 그녀는 언제나 고향에 돌아갈 것을 꿈꾸는 듯해서 그를 안타깝게 한다. 하지만 조희가 실제로 생각하는 것은 번민하는 왕 영정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은데 아무 것도 못하는 것이다.

결국 조희는 진왕에게 항상 불만을 가진 볼모 연나라 태자 단(丹)을 추동해 싸움의 발단을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하고 자신의 얼굴에 포로의 낙인을 찍는 무모함을 감행한다. 포로의 낙인이 있어야만 태자 단의 의심없이 연(燕)나라로 가서 전쟁의 불씨를 만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의 주인공은 자객 '형가'다. 돈만 있으면 누구든지 살해하는 청부살인 검객 형가는 어느 날 사주를 받고 명검을 만드는 대장간에 가서 모든 식솔을 살해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맹인인 딸(저우쉰 분)을 죽게 하고, 이로 인한 죄책감으로 아무 일도 손에 잡지 못한 채 걸인으로 살아간다.

태자 단은 진시황을 죽일 검객을 찾는데, 한눈에 형가만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를 추동하지만 그는 좀체 칼을 잡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조희가 다가간다. 결국 형가는 자객이 되기로 한다. 형가는 영정을 만나기 위해 진나라 장수인데, 연나라로 귀순해온 번어기 장군의 목과 연나라에서 가장 비옥한 땅인 독항의 지도를 들고 영정의 궁궐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의 칼은 너무 짧아 암살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자객들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영정은 BC 230년에 한나라를, 228년에 조나라를, 225년에 위나라를, 223년에 초나라를, 222년에 연나라를, 그리고 221년에 제나라를 점령하여 마침내 중국 최초로 통일을 하게 된다.

조나라에서 볼모 시절에 만난 영정과 태자 단 그리고 가상의 조나라 공주인 조희의 전략 싸움과 고독한 킬러 형가의 번뇌 등으로 어우러진 이 영화에 당시로는 엄청난 규모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우리나라 등에서는 개봉조차 하지 못한 채 참패하는 비극을 맞았다.

긴장의 분할로 관객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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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디엔의 촬영장 모습
ⓒ2005 조창완
하지만 이런 실패와 달리 이 영화를 서서히 음미하고 있으면 적지 않은 재미가 있다. 또 먼저 중국 영화계를 치고 나갔지만 용두사미로 그쳤던 첸 카이거의 영화 인생과 처음에는 첸 카이거의 촬영감독으로 작업하다가 훗날에 중화권 영화의 희망이 되어버린 장이머우의 영화 대결도 볼 수 있기에 재미있다. 그 가운데는 중국 최고의 여배우 궁리의 부침도 존재한다.

문혁의 비극을 겪었던 첸 카이거나 장이머우도 모두 진시황에 대한 해석에서는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첸 카이거가 이 영화에서 대의와 명분을 지킨 형가를 대변하기도 하지만 통일의 기틀을 다진 진시황 영정의 고뇌와 싸움에 큰 포인트를 맞춘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때문에 결국 관객들은 진시황이나 형가에게 마음을 같이 쏟게 되서 영화는 더욱 긴장감이 떨어진다.

반면에 장이머우 역시 '영웅'에서 형가 대신에 무명(無名)이라는 협객을 등장시킨다. 무명 역시 형가의 분신으로 진시황을 죽이지 않은 채 천하통일을 주장하는 이상한 흐름으로 간다. 이들 감독들은 결국 진시황의 천하통일 논리에 빠진 셈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통일 제국의 효과나 경험이 없는 시기였기에 진시황이 천하 통일해야한다는 논리는 타당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도 이 감독들이 진시황에게 빠지는 것은 현 중국의 정치적 이해와 관련 있다. 즉, 통일된 중국이야말로 가치가 있다는 논리다.

결국 두 감독에게 진정한 협의 정신인 형가는 애매한 입장으로 내몰리고 만다. 사실 진시황의 죽음 이후 벌어진 정치적 혼란을 생각하면 그들의 통일 정신을 굳이 진시황까지 끌어갈 필요가 없음에도 중국 문화계는 진시황에 대한 사랑을 버릴 수 없다. 특히 조희는 실제로 진시황을 낳은 황태후의 초기 이름이라는 점에서 이름 설정에서부터도 약간은 애매함이 있다,

<형가자진왕>의 촬영지는 <영웅>이나 <비천무> 등을 통해서도 이미 익숙해진 헝디엔(橫店)이다. 헝디엔은 저지앙성 성도 항저우에서 한시간 반쯤 내려가면 있는 소상품 도매시장 이우(義烏)의 인근에 있는 영화 촬영지다.

현재 중국서 만드는 고전 영화나 드라마의 상당수를 이곳에서 촬영했는데, 이미 여행지로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더러 서부의 대지를 바탕으로 촬영해 당시의 느낌을 살리기도 했다.




고도 서안과 영화 촬영지 '헝디엔'
[여행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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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촬영지는 앞에서 말했듯이 중국 최대의 영화, 드라마 촬영 세트장이다. 1996년에 개장한 이곳은 <아편전쟁>의 촬영을 시작한 광저우지에(廣州街)를 연 후 홍콩, 강남 수향, 명청황궁, 진황궁, 청명상하도, 사원 건물 등 12개 거대한 촬영 세트를 갖고 있다.

<雍正王朝>,<英雄>, <天下無雙>, <天地英雄> 등 최근에 만든 대작들의 대부분은 이곳에서 촬영됐다. 일반인들에게도 여행지로 개방되고 있다. 여행 희망자들은 우선 소상품 시장으로 발전하는 이우까지 간 후 동버스터미널에서 헝디엔행 버스를 탈 수 있는데 30분이면 닿는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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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문화잡지 'ON BEIJING'에도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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