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여행하다가 우리나라 사람을 처음본 중국인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가운데 하나가 우리돈과 중국돈과 가치비교다. 중국돈 1위안이 한국돈 얼마냐고 물으면 기자는 1위안에 한국돈 150원 가량이라도 답변한다. 그러면 중국인은 곧바로 좀 실망스러워하는 표정이다. 한국 돈의 가치가 뭐 그리 형편없냐는 식이다. 돈의 단위와 가치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 싶은데도 그들이 그렇게 반응한다. 중국인다운 반응이면서 좀 우스운 반응이지만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여행중에 가장 골치아픈 것은 가짜 지폐다. 중국의 국책은행은 ‘중국은행’이 아닌 ‘중국인민은행’이다. 중국인민은행도 돈을 찍어내지만 목숨을 걸고 위조지폐를 찍어내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는 비교적 가짜 지폐의 유통이 많지 않지만 외곽으로 나가면 가짜 지폐로 인해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작은 돈이야 상관이 없지만 100위안 정도의 큰 돈을 한꺼번에 가짜로 만나면 큰 손해를 본다. 가짜돈을 예방하기 위해 상점이나 택시 기사는 돈의 중간에 들어있는 금속물을 통해 위폐 여부를 판정하는 기계를 갖고 있다. 중국 돈의 중간에는 금속띠를 넣어 위폐를 방지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물론 가장 쉬운 감별법은 우리돈에도 쓰이는 음화다. 신권에는 마오쩌둥의 그림이 숨어있는데, 초보적인 방식이라서 다른 방법으로 위폐를 예방하려 한다. 여행자들은 위폐로 인한 손해를 막기 위해 작은 형광등을 갖고 있으면 된다. 조금 어둡게 하고 돈을 비추면 돈의 상면에 지폐 전면 상단에 돈의 액수가 표시된다. 이쯤 되면 가짜라도 진짜 가짜라고 봐도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새로 발급된 10위안 이상의 지폐일 경우다. 5위안 아래는 음화나 금속, 형광표시 어느 것도 있지 않다. 그럼 가짜돈을 어떻게 알아낼까. 모르긴 몰라도 그냥 알아서 써라다. 초기에 가짜 지폐를 보고 신기해서 보관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금방 보관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5위안 아래 단위는 심심치 않게 위폐가 섞여 있고, 사람들은 위폐인지 알고서도 그냥 통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나치게 조악하면 문제지만 그 정도의 위폐는 그러려니 하면서 통용한다. 심하게 보면 정부도 돈 가치보다도 돈 찍는 비용이 더 비싼 저액권은 위폐가 나돌아도 뭐 큰 손해있겠냐며 묵과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조창완 기자
알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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