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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땡의 일본방문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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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순택 댓글 0건 조회 1,283회 작성일 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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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 쓰고 간, 은둔신사(隱遁紳士)의 기를 죽였던 이 놈의 신깐센 열차는 객차 안이 좌측 3석, 우측 2석 합계 5석씩 20줄이 있고, 이러한 객차가 한 번에 16량(꽤 깁디다)이 동경에서 오사까 까지 하루에 160회 왕복을 합니다. 그러니까 1회당 1,600명이 160회 이동을 하니까 약 26만명이나 되는 사람이 활발히 업무를 보는 셈이 되죠.

한국은행 동경지점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어느 선배가 이러한 동적(動的)요인이 일본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란 것을 재임 3년만에 깨달았다고 하는 얘기가 생각이 나더군요.

아뭏든 우리 새마을호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감을 맛보며 나고야 역을 지나 교또역(京都驛)에 이르자 객차 문 위에 있는 전광판에는 종착역까지 남은 거리와 시간이 43km,13분이라고 표시가 되었습니다. 동경을 출발한지 3시간이 채 못되어 드디어 오사까역에 도착하는 것이었습니다. 물 흐르듯 플랫홈을 빠져 나와, 두 장의 ticket을 역무원에게 주고 나서자 일본에 떠나 보낸지 2년이 지난 후배가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거기서 바로 오사까 시내의 전철(電鐵)을 타고 7~8개 정거장을 지나 또 한 사람의 한국인이 기다리고 있는 남바(難波)라는 곳을 향했죠. 후배의 이웃에 사는 우리 교포가 나를 기다린다고...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저를 기다려주었던, 재일교포는 다름 아닌 저의 중학교와 붙어 있는 서울공고(工高)를 졸업하고 우리나라에서 결혼하여 애 아빠가 된 뒤, 과감히 일본에 건너가, 와세다(早稻田)大 경제학과를 나온 노력파 였어요. 대학 졸업하고 일본인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워낙 차별대우가 심해서 더럽다고 뛰쳐 나와 현재는 우리교포가 운영하는 會社<(株)ソ―ケン>에서 2人者로 근무하고 있더라구요.

아무튼, 오사까에서 가장 번화한 남바의 어느 술집을 찾아 들었더니, 예의 그 천(千)선생이 우리 둘을 반기는 게 아닙니까. 中國人이 경영하는 선술집인데, 우리 교포 아줌마 한 분이 계시고, 의자 빽빽히 일본인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데 천先生은 우리 자리를 일본인에게 안 뺏기려고 근 40분동안을 눈치 보며 술을 마시고 기다렸다는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고...

맥주와 고치구이를 먹고 자리를 옮기자 했습니다. 부담이 갔으나 지겹던 연수도 끝난 터이고, 또한 내일이면 그리운 가족 품으로 돌아 간다는 ''희망''의 실타래와 또한 하루 저녁 맘껏 타락해 보자는 유혹의 미끼가 저 깊은 곳에서 용트림하는 야릇한 갈등을 순간적으로 느끼게 되었죠.

어쨋든 공짜 술인데 어떨라구...
남바(難波)거리를 한참동안 걸어 정해진 술집을 가는 도중에 한국말이 꽤 들리더군요.
오사까에 우리 교포가 상당히 많이 거주한다는 설명이었구요.

촌놈이 그놈의 신깐센을 타느라 신경을 곧추세운 탓에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인데 설상가상으로, 오사까의 룸 살롱은 규모도 적을 뿐더러 일본 아가씨가 두 명 들어와 서빙을 하는데 얘들이 우리 말을 전혀 못해요.

자기들끼리 유창하게 니혼고를 지껄이는데,이 또한 스트레스가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마침, 가오 마담 언니는 평택이 고향인, 저 보다 한 살 많은 노련한(?) 교포처녀였고 후배녀석과 千선생은 일어회화에 어려움이 전혀 없는 처지이니 즐겁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햐~ 요거 사람 미치겠데요.

저는 웬만한 일본 글을 읽고 쓸 줄은 알아도 회화는 그냥 기초 수준정도였기에 느린 말은 알아 들어도,native speaker가 정상속도로 하는 일본말은 거, 잘 안 들리더란 얘깁니다.
꼭 AFKN에서 술술 엮어내는 본토영어 발음 정도라고나 할까요 ? 암튼, 손님 대접 받으러 갔다가 멍청한 이방인 신세가 될 궁지에 몰리게 되었으니 애꿎은 술만 들이킬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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