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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운의 북경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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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민재 댓글 0건 조회 1,286회 작성일 0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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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여행을 갔다와서 기록을 해두는 것은 단순한 보고나 일정의 정리 차원에서만이 아니다. 물론 1차적으로 그러한 것들도 중요하긴 하지만, 막연하게 느낀 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사고하여 ‘표현’하게끔 해주는 것이 바로 기록의 장점이 아니겠는가. 아울러 그토록 명징한 표현의 과정에서 그의 사고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 있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보다 확고한 신념아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조창완 선생이나 박현숙 선생이 이미 그러한 작업을 통하여 오늘날의 입지를 다졌음을 우리는 주지하는 바이다...^^

여행 후기를 씀에 있어 어떤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가... 그저 일정 중심으로 간략히 적어 올릴 수도 있겠고, 일정 하나하나에 따른 소감을 비교적 상세히 다루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 거두절미한 후 특징적 인상을 잡아 주제별로 전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며, 그보다는 좀 익살스럽고 편안하게 죽죽 써내려가는 재미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자여행사의 ‘제 1차 테마여행’에 참가한 만큼 누군가 한사람은 상세한 기록을 남겨서 두고두고 각자의 여행감회를 대치시키며 회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보잘것없는 글이나마 용기를 내어 적어보기로 한다. 여행을 다녀오니 ‘촛불’이 감격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이번 여행은 정녕 ‘테마 1기’ 모두에게 ‘비단옷’이었으니, 자칫 함께한 분들의 기억이 어두워지는 날에 이 글이 희미하나마 그 ‘비단옷’을 비추어볼만한 촛불의 구실을 한다면 또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광화문 촛불과는 비교할 수 없기에 그다지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아무쪼록 뜻깊은 3박 4일의 추억과 일정을 잊지 마시길...^^


3월 18일 목요일, 드디어 북경을 만나러 가는 날이 밝았다. 이번 여행은 ‘알자중국여행사’와 ‘오마이뉴스’가 주관하는 1차 테마여행으로, 공식 명칭은 ‘중국통 박현숙 기자와 떠나는 베이징 여행’이었다. 쾌청한 날씨에 마음이 상쾌했고, 북경도 그러하길 속으로 빌었다.

우리 여행단은 오전 11시에 인천공항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어 김포시에 사는 나로서는 느긋했지만, 막상 이것저것 준비하다보니 허겁지겁 시간에 맞추어야 했다. 그런데 그동안 버스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가본 적이 없었던 터라 기어이 첫 출발부터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저질렀다. 공항행 600번 버스,,, 사실 이 버스는 주로 김포공항과 강남을 연결하는, 내게는 아주 익숙한 버스였던 터라 일단 김포공항 근처의 정거장까지 나가서 ‘인천공항’이란 타이틀만 보고 아무 생각없이 올라탔다. 그러고 인천공항 거의 다 갈 때까지 정신을 놓고 있었더니, 이 버스는 공항 근처의 화물터미널을 지겹도록 도는 것이었다. 거기까진 그나마 견딜만했는데, 웬걸,,, 이 버스는 여객터미널은 아예 가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버스 앞머리의 방향표시를 보니, ‘인천공항(화물터미널)’이라고 적혀있지 않은가! 사실 그 표시만으로 여객터미널을 가는지 안 가는지를 분간하기란 쉽지 않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버스노선이었지만, 별다른 도리 없이 내려서 셔틀버스를 한참 기다려 타야 했고, 이런 저런 생각에 여행 시작부터 부아가 치밀었다. 첫끝발이 좋으면 그 다음부터는 별 볼 일 없다는데, 반대로 첫끝발이 나쁘면 과연 뒤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인가... 이번 여행은 결과적으로 ‘확실히’ 그랬다고 할 수 있다.

공항에 도착하니 11시 45분이나 되었고,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속이 탔지만, 으레 나같은 한심한 사람 때문에 모이는 시간을 여유있게 잡고 통보했으리라 자위했다. 다행히 그런대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고, 북경까지의 책임인솔자인 홍은지씨를 만나 태연한 얼굴을 대하니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30명이 넘었지만, 다른 여행객들과 구분할 별다른 표시가 없어 좀 서먹했다. 주최측에서 나누어준 여행자용 미니북과 ‘3인3색 중국기’를 들고 있는 사람이 우리 일행이려니 짐작할 뿐이었는데, 이런 상황은 북경에 도착할 때까지, 아니 도착한 날 저녁까지 계속되어 다소 아쉬웠다. 지난번 이지누 선생의 ‘우리땅밟기’ 답사에서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준 뱃지(집사람 말에 의하면 이런 것을 ‘버튼’이라고 한다는데...)가 생각났다. 초등학생 길 잃어버리지 말라고 달아주는 듯한 명찰표같은 것은 사실 좀 쑥스러운 반면, 그 버튼은 우리 일행과 다른 일행을 구분하는데 아주 좋은 것 같아 눈여겨보았었다.

우리가 이용한 비행기는 ‘중국민항(CA)''인데, 사실 별다른 근거도 없으면서 괜히 시설과 서비스가 별로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러시아 비행기인 ’아에로플로트‘를 이용했을 때의 투박함이 생각나서였다. 돌아오는 비행기의 옆좌석에 앉았던 홍은비씨 말에 의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냄새가 좀 심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기내식도 괜찮았고, 서비스도 그다지 흠잡을 데 없었다.

북경행 비행기 옆좌석에 같이 앉은 분은 전순덕 선생이었는데, 같은 일행이고 나이도 적은 나로서는 먼저 인사를 청하지 못한 것이 여행기간 내내 죄송했다. 낯선 상태에서 먼저 선뜻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는 것이 아직도 내게는 왜 이리 어려운지.... 사실 이런 종류의 서먹함은 주변에서 흔히 겪는 일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호칭 등과 함께 나중에 따로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한번 쓰고 싶을 정도이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서양이나 중국처럼 호칭이 명쾌하지 못해 개운치 못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이 호칭 부분에 있어서는 이번 여행을 이끌었던 조창완 선생도 별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여튼 이런저런 불편함으로 인해 나는 앞으로 한가지 원칙을 정하려 한다. 공식적으로(이런 글을 포함하여) 글을 쓸 때는 나보다 10년 연하 이상부터 모든 연상에 이르기까지는 그냥 ‘선생’이라 지칭하고, 직접적인 호칭이나 개인적인 글에서는 나보다 연상은 ‘선생님’이라 할 것이다. 10년 연하 이상부터 동갑까지의 호칭은 서로의 양해 없이는 ‘선생님’, 제법 친해지면 ‘선생’, 더 격의 없이 친해지면 호형호제하려 한다. 11년 연하 이하는 지칭, 호칭 가릴 것 없이 대체로 ‘000씨’로 하고, 친해지면 나름의 자연스러운 호칭이 생길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대체로 10년 연상, 연하의 나이 차이 때문이니,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그러하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현대에서는 세대간에 서로 공유할만한 호칭의 기준이 없으니, 참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하겠다.

2시간 가까운 비행시간 동안에 나는 우선 여행사 측에서 나누어준 미니북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대체로 깔끔한 내용들이었지만, 우리가 돌아볼 지역을 대략적으로 표시해둔 지도가 없어 다소 아쉬웠다. 우리가 다닐 장소를 머리 속에 그려넣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음을 나는 항상 경험으로 느껴왔기에 누구보다 지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곤 한다. 아마도 테마여행 첫 시도였던 만큼 빠듯한 일정 속에 자료집이 만들어진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조선생이 중국과 관련된 컨텐츠를 충분히 축적해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의 지리, 역사, 중국인에 대한 설명이 잘 정리되어 있었고, 또 우리가 둘러볼 지역에 대한 소개와 특기사항, 그리고 박현숙 선생의 예리한 관찰이 돋보이는 글들도 실려 있었다. 나 역시 답사를 갈 때면 자료집 준비로 항상 고민이 많았다. 당장 4월 정기답사지 준비에 지금도 머리가 복잡하다. 욕심껏 준비하다보면 꼭 시간이 부족하여 용두사미격이 되기 쉽고, 가볍게 하자 치면 차별성 없는 그저 그런 내용이 되기 쉽상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밟고 밖으로 나오니 현지 시간으로 벌써 3시가 가까웠다. 날씨는 기대했던 대로 쾌청했고, 한국보다 따뜻한 봄날씨였으며 우려했던 황사 따위는 없었다. 입국장에는 이번 여행을 기획하고 총괄해줄 알자여행사 대표인 조창완 선생과 중국 골드투어여행사의 현지가이드인 김진천(金珍天) 선생이 마중을 나왔다. 김선생은 교포 3세로서, 중후한 인상에 여행가이드로서의 경력을 십분 인정할 수 있는 유창한 안내로 북경 공항에서 시내까지 우리를 인도했다. 본래의 일정은 고궁인 자금성을 둘러보는 것이었으나, 예상외로 도착시간이 늦어져서 일단 후통(胡同)관광을 먼저 하기로 했다.

북동쪽에 위치한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약 30분이 걸린다.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확실히 이국적이다. 작년 8월에 단동에서 열하를 거쳐 북경에 이르는 10일 간의 답사 장정(長程) 중 마지막날 코스가 북경이었다. 당시 우리 일행은 북경에서 비행기를 타고 떠나기 전날인 8월 16일(토) 오후 3시 반, 그러니까 정확히 이맘때쯤 북경에 입성했었다. 태어나서 처음 북경에 발을 내딛고 감격에 젖었으나 그때도 자금성을 보지 못했다. 바로 지금과 같은 이유, 즉 ‘너무 늦어서’였다. 대신 우리는 그때 자금성 동북쪽의 2순환로에 있는 공자묘인 대성전과 그 옆의 국자감을 먼저 구경했으니, 순전히 타의로 내가 가장 존경하는 공자님을 북경에 와서 처음 뵌 셈이다. 그날 저녁에는 유리창 거리를, 다음날 아침에는 천단공원을 보고 우리는 서둘러 공항으로 가야 했기에 자금성은 끝내 보지 못했고, 밤에 혼자 나와서 아쉬운대로 천안문 언저리와 왕푸징 거리를 걸었었다. 결국 이번 여행의 목적도 그때 자금성에 맺힌 한을 풀기 위함이 절반의 이유는 된다. 이미 오기 전부터 머리 속에 자금성, 황성, 내성, 외성의 지도와 각각의 문 및 전각, 유적들을 단단히 그려넣었고, 비행기 안에서도 다시한번 상기시켰는데,,, 아쉽기 그지없었다. 뭐 이제껏 기다린 거,,, 하루 더 참을 밖에 도리가 있겠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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