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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균의 늦바람 중국여행 -섬서 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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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553회 작성일 08-05-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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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섬서 역사박물관

지난번에는 서안 가는 침대차 얘기를 했죠? 6월 9일 토요일 중국체류 제3일, 새벽 5시 30분에 Z19호 열차 2호 컴파트 8번 침대에서 눈을 떴습니다. 기차는 계속 달리고 있었고요 눈곱만 떼고 얼른 나갔죠. 차창 밖의 풍경은 황량했어요. 말로만 듣던 섬서 성의 황토 고원  휙 휙 지나치는 이름 모를 중국 도시들. 온통 회색빛입니다. 추레하기 짝이 없지만 별로 이상해 보이지도 않았어요. 5시 반인데도 밭에 나와 일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흥미 있는 건 이 중국 사람들 특히 섬서성 사람들이 조상들 무덤을 자기들 밭둑에다 만들어 놓은 겁니다. 우리 제주도랑 비슷하죠. 풍경은 황량하지만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 졌습니다. 한참 보고 있던 중에 황량한 역 하나를 또 지나가는 데 그 이름을 보니까 <동관>, 안록산의 난 때 우리 고선지 장군이 당나라 군대를 이끌고 안록산의 반군과 싸운 곳이죠. 결국 패하고 모함을 받아 부하 봉상청과 함께 목이 잘렸습니다. 그리고 삼국지에서 장비와 마초가 맞장을 뜬 곳이기도 하고. 야! 정말 중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또 본 게 있어요. 뭐냐고요? 우리가 지리시간에 배운 요동(窯洞)이라는 혈거 집. 이건 황토고원의 산기슭에 굴을 뚫어 만든 집입니다. 10년 전만해도 3천만 명의 중국인이 이 굴 집에서 살았는데 요즘은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답니다.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지 대부분 그냥 굴만 뚫어 놓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어떤 요동은 유리창에 간판까지 있더군요. 식당인 것 같았어요. 중국도 진짜 중국에 온 거죠.  
전 날 밤 맥주 팔던 9호차 카페는 아침에 식당으로 바뀌었고  거기서 10위안(우리 돈 1,300원)을 내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좁쌀 죽 두 공기, 만두(속이 없는 거죠) 두개 그리고 짜자이라고 하는 중국 장아찌 한 접시. 웰빙 식사죠. 밥값보다는 나중에 마신 용정 차 한 잔이 더 비쌌어요.15위안. 식당 칸에는 배낭여행을 하는 유럽 젊은이 한 쌍, 신강에서 온 것 같은 거무튀튀한 남자들 넷, 그리고 출장 가는 것 같은 중국 공무원 남녀 6명 정도가 있었어요. (반갑습니다)  
기차는 정확히 아침 8시 25분 서안 역에 도착했습니다. 진시황의 수도, 한나라 유방의 수도 그리고 그 찬란한 당나라의 수도 장안이었던 서안에 온 거죠. 독일 남녀와 바이바이 하고, 역 앞의 호객꾼들 사이를 뚫고 나가 (호텔에서부터 지도, 택시 대절, 발 안마까지 각종 호객꾼이 때깔 찬란하게 진치고 있었습니다) 택시! 그리고 서안에서 제 집이 될 호텔 서안빈관으로 직행!  10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1박에 428위안짜리 4성급 호텔!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중국 호텔 프론트에서는 반드시 영어를 써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호텔에 근무하는 아이들도 영어가 시원치 않아서 영어를 좀 하는 외국인들에겐 얘들이 기가 팍 죽어 까닭 없이 설설 깁니다. 왜 그러는지 몰라요. 그래서 택시 운전사나 호텔 청소 아줌마들에게 영어를 쓰면 좀 덜 떨어진 놈처럼 보이지만 호텔 프론트에선 반드시 영어입니다. 그게 또 그들의 언어이기도 하고 하니까요. 
방은 450호 4층  제일 끝 방이지만 괜찮았어요. 하긴 저야 샤워만 있으면 어디서나 자니까요 (그런데 이 방, 나중에 변기가 새서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결국 옆방으로 이사 갔죠) 그리고 중국호텔은 押金(중국어로는 야진이라고 발음합니다)이라고 해서 DEPOSIT MONEY를 꼭 걸어요. 대충 1000위안에서 1500위안쯤인데 신용카드로 하고 나중에 계산할 때 취소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이 DEPOSIT영수증을 챙기지 않으면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대충 짐정리 하고 일단 첫날 목표는 섬서성 박물관. 호텔에서 택시로 12위안 정도 드는 거리에 있더군요.. 서안의 택시는 기본요금이 6위안인데(우리 돈 780원정도, 약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죠 뭐)  고맙게도 제가가 도착했을 때 (10시 반쯤이었나요?) 박물관 마당에서 무슨 공연을 하고 있었어. 병마용 토용처럼 차려 입은 젊은 친구들이 북치고 바라치고... 고맙죠 뭐. 그런데 그 더운 날씨에 스타킹 뒤 집어 쓰고 갑옷입고 춤추는 게 좀 불쌍해 보였습니다. 진나라 병사가 아니라 타잔이었다면  훨씬 시원했을 텐데, 이게 그 사진입니다. 
 
  섬서성 박물관의 정식 명칭은 섬서 역사박물관, 서안 시내 남쪽, 대안탑 근처에 있는데 주은래가 죽기 전에 유언으로 만들라고 해서 지어진 박물관입니다. 91년에 만들어 졌으니까 역사가 20년이 채 안 되는 박물관이죠. 입장료는 35위안(우리 돈 4,500원). 이해할 수 없는 건 중국에선 이런 박물관이나 유적지, 그리고 관광지의 표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야 능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지만 길 가 노점에서 아침 한 끼를 2위안에 해결할 수 있는 나라에서 35위안은 비싼 거죠. 병마용이나 손문의 중산릉은 90위안이나 합니다. 결국 이런 박물관에는 외국인들만 갈 수 있는 거죠. 자기네 나라 역사를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요. 어쨌든 이 박물관엔 모두 36만점의 전시물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볼만한  게 당나라 때 유물을 모아 놓은 제2전시실입니다. 아름다운 당삼채 조각들이 그득하죠. 그리고 당나라 때 만들어 진 천왕상(절 들어 갈 때 있는 사천왕의 선배)들도 이 섬서성 박물관에 있는 것이 제일 멋있어요. 두 시간 정도 잘 봤죠.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마노를 양머리 모양으로 조각한 술잔 수수(獸首) 마노배 그리고 서역인(페르시아인이나 중동사람)의 두상인데 꼭 이탈리아 피에로같이 생겼어요. 이 사진입니다.
 
사진이 시원치 않아 죄송합니다. 유리창에 대고 찍은 거라.
 
이것들 외에 한나라 고조 유방이 사용했다는 옥새도 있다는데 불행하게도 제가 갔을 땐 전시물을 바꿔서 전시하는 바람에 창고에 들어가 있었습니다.(기념품 가게 아줌마가 알려 준 얘기라 확실하진 않지만) 그리고 명나라 때 서안의 유력자였던 무슨 진간왕인가 하는 왕의 무덤에서 나온 토용들도 아주 사실적이고 근사했어요(개인적으론 진시황 병마용 토용보다 나은 것 같더군요) 서안에 가면 이 박물관은 꼭 가 보시기 바랍니다.
아침 8:30부터 저녁 6시까지. 인터넷 주소는 www.sxhm.com 부지 면적만 7만 평방미터나 되는 큰 박물관입니다. 다음엔 대안탑에서 매력적인 가이드를 만난 이야기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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