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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들고 떠나는 중국여행 4> 친황타오와 '기형도 시집'
조창완  2007-03-18 21:53:06, 조회 : 13,863, 추천 : 63

친황따오, 청명한 바다에서 읽는 우울
<책을 들고 떠나는 중국여행 4> 친황타오와 '기형도 시집'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email.asp?no=27908&rel_no=4&isMail=mail',670,800,'send')" href="javascript:void(0);">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print.asp?no=27908&rel_no=4&isPrint=print',670,800,'print')" href="javascript:void(0);">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textview.asp?isTextview=Text&at_code=31906',670,800,'text')" href="javascript:void(0);">http://www.ohmynews.com/blog/blog_scrap.asp?sd_gubun=1&sd_code=31906','scrap','width=403,height=300');void(0);">   조창완(chogaci) 기자   
▲ 길 떠나는 어선
친황따오의 아침을 밝히고, 고기잡이를 떠나는 배의 모습
2001 조창완
베이징이나 톈진에서 산하이관, 베이따이허에 근접하는 친황따오를 가는 길에 우리는 탕산(唐山)을 지나야 한다. 그곳은 도자기로 유명한 고장이지만 그곳을 지나는 이는 자연 재앙 앞에 인간이 얼마나 유약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주었다.

76년 7월 27일 이곳을 덮친 지진은 순식간에 65만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인류가 한 자연재해로 만나야 했던 최대 재앙의 도시를 지나며, 나는 기형도의 시집을 펼쳐든다. 그의 유작시집이자 첫시집인 '잎속의 검은 잎'.

어두운 차창 밖에는 공중에 뜬 생선 가시처럼 / 놀란 듯 새
하얗게 서 있는 겨울 나무들. // 한때 새들을 날려보냈던
기억의 가지들을 위하여/어느 계절까지 힘겹게 선을 들고
있는가.(''鳥致院'' 중에서)


탕산을 지난 기차가 보여주는 풍경이란 더욱 황량해져 있었다. 간간이 산이 보인다는 것이 이전과 다른 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산 마저도 황량하기 그지 없다. 그전 볼쌍 사나운 민둥산의 연결은 마음을 더욱 황량하게 한다. 거기에 들리는 소식들이 마음을 더욱 참담하게 한다.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 /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나쁘게 말하다'' 중에서)

한국에서 들리는 물질만능과 별다른 차이 없이 중국의 유학생이나 주재원 등 한국인들 사이에서 들리는 소식조차 음울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 현지처 문제를 비롯해 유학생들간의 폭력 등은 이미 사자가 된 지 10년이 지난 기형도가 묵시록처럼 말하던 것들이다.

김수영이 한국 시사의 한 축을 긋고 간 후 별다른 변화를 찾지 못했던 시단에 기형도는 너무도 빨리 왔다 갔지만 너무도 큰 유산을 남긴 시인이었다. 그는 일상 속에 내재하는 폭압과 공포의 심리 구조를 추억의 형식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김현, 시집 발문에서)했다.

기차는 친황따오역에 일군의 무리를 내려놓고 다시 동북향으로 진로를 튼다. 그길로 가면 압록강과 닿은 단둥도 나오고, 선양도 나오리라. 나도 그 무리에 끼어 내린다.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딘 것은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다는 2000년의 시작할 무렵이었다.

밀레니엄 버그라는 괴이한 존재 때문에 더러는 크산드라가 되고, 더러는 이제는 낡아버린 코블기술로 아메리카로의 진입을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천년전 진시황제의 흔적과 그를 기념하는 석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호텔에서 묻었던 우리의 공포와 달리 불은 나가지 않았다. 대신에 묵시록 같은 잔눈깨비가 눈과 비를 대신해서 날리고 있었다.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 / 아래 모여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 무우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고 있을까.(''도시의 눈-겨울 판화 2''중에서)

새로운 밀레니엄의 아침 바닷가는 여전한 침묵 속에 진눈깨비를 토해내고 있었다. 우리는 2000년 전에 이루어진 만리장성의 흔적을 쫓아다녔다. 만리장성의 서쪽 끝이라고 알려진 곳이자 바닷가의 접경지역이었다. 진시황제의 명예보다는 남편을 만리장성 공사에 내보냈던 여인의 슬픔이 쌓인 펑황산의 맹강녀 유적에 마음이 간다. 인류의 역사에서 민초들이 가장 큰 힘이라고 배우고, 그것을 다시 후배에게 가르쳤던 시간들이 기억났다. 친황따오의 유적은 순수하게 영웅을 위한 것이었다.

친황따오역에서 내려 이제는 여름의 열기가 식어갈 베이다이허로 가는 차편에 몸을 싣는다. 베이징에서 가장 근접한 휴양도시이자 중국 정부의 공식휴양도시인 베이다이허는 여느 중국의 도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투명한 공기와 청량한 바다의 풍경이 이국의 객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베이다이허는 살아 있는 정치 지도자들의 여름 휴양지이기도 하지만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았던 영인 린피아오(林彪)가 마지막까지 머물었던 곳이어서 감정이 남다르다. 베이다이허에서 만나는 풍광의 대부분은 밝은 빛이다. 하지만 린피아오에 대한 생각 때문인지 마음은 어둡기 그지 없다.

나를 /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 펼쳐 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 한 줄일 수도 있다 //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오래된 서적'' 중에서)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정거장의 충고''중에서)


기형도의 시는 그를 알아주었던 평론가 김현으로 인해, 가치를 배가했다. 정작 시인의 검은 페이지에 상당 부분은 김현을 통해 펼쳐진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현이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으로 불렀던 그 음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햇볕 쏟아지는 날을 즐기고 우리는 다시 역으로 나온다. 베이다이허역은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다. 다만 대기장소 너머에 있는 쓸쓸한 소나무가 나를 배웅한다. 음울한 폐허가 되어 햇볕을 기다리고 있는 린피아오의 빈집을 향해 기형도의 시 하나를 던지는 것으로 이별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빈집''중에서)
▲ 슬픈 고사를 가진 노호석공원의 입구
노호석공원은 젊은 부부와 호랑이의 전설을 가지고 있다
2001 조창완
▲ 바닷가 모래위
남대하 부근에 밝게 펼쳐진 모래밭
2001 조창완
▲ 한적한 북대하 거리
여행객들이 대부분 떠나고 한적한 시간을 맞는 북대하 거리
2001 조창완
▲ 기형도 유작시집 <입속의 검은 잎>
이 시집 하나로 80년대 청년문학은 한 갈래가 만들어졌다
2001 조창완
책소개 - 그가 떠난 후에 만들어진 3권의 기록

89년 막 봄이 오던 날 종로에 있는 한 삼류극장에서 잠든 기형도의 직업은 기자였다. 물론 그는 85년 이후부터 시를 발표해 왔지만 그는 주위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한권의 시집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그리고 쓸쓸하게 봄날 세상을 등졌다. 그를 알았던 김현 등이 주축이 되어 그의 시집을 상재했다. 그의 색채가 가장 명확한 '입속의 검은 잎'(문학과 지성사)이 바로 그의 첫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의 제목이 됐다. 그가 죽은 후 그의 시대는 초점없는 시대에 가장 확실한 모토가 됐다. 그리고 그를 그리는 이들은 서둘러서 그의 기록을 찾았고, 다시 '짧은 여행의 기록'(살림 간)이라는 소설과 잡문 모음집을 내놓았으며, 이후에 다시 그를 추모하는 글을 모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솔 간)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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